조남인
작업 설명
〈조각 줍기〉는 현장에서 남겨지고 버려진 조각들을 수집하고 형태로써 기록한 실험적인 패턴 작업이다. 수많은 공간은 설계된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현장에서 다양한 시공 과정을 겪는다. 시공하다 보면 버려지고 남겨지거나 우연히 떨어져 나간 조각들이 발밑에 널브러지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버려지는 부속 혹은 쓸모를 상실한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것들에는 의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렇게 발밑의 조각들을 줍기 시작했다. 작업에는 공간에 남겨진 부러진 나사, 금속 새들, 잘려지고 남은 플라스틱, 타일 그물망 등 다양한 조각들을 사용했고 그것들의 형태를 기록하기 위해 투명한 유리 위에 검정 잉크를 사용하여 탁본했다. 그렇게 형태만 온전히 기록된 조각들은 현장에서 사용하는 투광기의 빛을 통해 그림자라는 새로운 흔적으로 태어나고, 버려졌던 최초의 공간으로 다시 돌아간다.
작업 기록
흔적
: 어떤 현상이나 실체가 없어졌거나 지나간 뒤에 남은 자국이나 자취
조각
: 한 물건에서 따로 떼어 내거나 떨어져 나온 작은 부분
새벽 내내 적막이 가득했던 현장은 이른 아침 소란스러운 목소리들로 가득 차면서 시작된다. 다양한 작업자들의 목소리와 작업 흔적들이 현장을 비우며 채워나간다. 여기저기서 튀는 용접 불꽃, 잘려 나간 파이프 조각, 묶여있는 전기선, 굴러다니는 부속들을 한참을 바라본다. 쉴 틈도 없이 하루가 끝나고 현장에는 다시 적막만 가득하다. 내 발밑으로 작은 조각들이 무수히 많이 널브러져 있다. 누군가에게는 버려지는 부속 혹은 쓸모를 상실한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것들에는 의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 아름다움을 붙잡아 두고 싶었다. 사진으로 담고 기록하였지만, 결국은 손안에 남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발밑의 조각들을 줍기 시작했다. 소중한 이삭을 줍 듯, 강물 속 사금을 줍듯. 귀중한 무언가를 수집하는 마음으로 현장의 바닥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조각을 주웠다. 조금이라도 그 아름다움을 가까이 두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은 그곳에서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다시 돌려보내기로 했다.